"한 층 날리더라도 천장 높여라"…'가심비' 택하는 건설사들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입력 2022-11-18 13:12   수정 2022-11-18 14:00


건설사들이 아파트 설계에 높은 천장고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실수요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특화 설계가 요구되고 있어서다. 개방감을 키우고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높은 천장고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실제 설계에 도입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건설 부문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분양하고 있는 '포레나 제주에듀시티'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30㎝ 높은 2.6m의 천장고를 도입했다. 분양 관계자는 "단지 전체의 천장고를 높여 호텔처럼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신세계건설도 대구 수성구 수성동에서 2.5m의 천장고를 갖춘 '빌리브 헤리티지'를 분양하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대전 중구 선화동에 지어 공급 중인 '힐스테이트 선화 더와이즈'에 최고 2.6m의 천장고를 도입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아파트 실내 층고는 2.2m 이상으로 지어져야 한다. 이 기준에 따라 통상 바닥면부터 천장까지 높이를 의미하는 아파트 천장고는 2.2~2.3m로 설계돼 왔다.

천장고가 높아지면 입주민들이 느끼는 개방감이 크게 개선되고 체감 면적도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천장고를 10㎝만 높여도 개방감·체감 면적 증가 이외에 일조량과 환기량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천장고가 높아진 만큼 창문 크기까지 키울 수 있어서다. 또 가구 배치가 용이해지고 수납장도 키울 수 있어 공간 활용도까지 높아진다.

높은 천장고의 장점에도 건설사들이 섣불리 설계에 적용하지 못한 건 수익성 감소 탓이다. 한 가구당 천장고를 20㎝씩만 높여도 25층 건물 기준으로 한 층이 사라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설사 설계 담당 한 임원은 "지역마다 고도제한이나 용적률이 있기 때문에 가구당 천장고를 높이면 최소 한층, 많게는 두층까지 건설을 포기해야 한다"며 "공사비 자체보다도 최대 두층까지 분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마이너스(-)"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높은 천장고는 고급 주거단지에만 적용돼 왔다. 대표적으로 서울 한남동에 있는 '나인원 한남'이나 성수동에 있는 '트리마제' 등 최고급 아파트는 최대 2.8~2.9m에 이르는 높은 천장고 설계를 도입했다.

하지만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불어나고 부동산 시장 하향 조정 전망이 확산하면서 건설사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 도심에서 조차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실수요자를 유인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특화 설계가 필요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수익성 문제로 전 지역에 도입할 순 없지만 분양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천장고 설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면서 주거 공간의 쾌적성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며 "천장고를 높여 공간 확장에 주력한 아파트 단지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가로뿐 아니라 세로까지 확장해 주거 공간의 규모를 키우는 이른바 '벌크업 사이징'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높은 천장고 설계가 확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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